일렉트로닉 / IDM · 1995
...I Care Because You Do
Aphex Twin
이 음반을 듣는 이유
거친 표면과 기억하기 쉬운 선율이 한 음반 안에서 다른 비율로 만나는 열두 곡.
음악과 함께 읽기
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소리를 만드는 방식
《...I Care Because You Do》는 에이펙스 트윈의 음악을 편안한 전자음악과 거친 전자음악으로 나누기 어렵게 만든다. 길게 흐르는 선율과 잘게 부딪히는 소리가 같은 곡 안에서도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한쪽을 장식으로 밀어내기보다 두 층의 관계를 따라가면, 낯선 음색이 있어도 곡의 모양을 붙잡을 수 있다. 1995년의 이 음반은 가장 긴 곡을 처음에 놓고, 이후 열한 곡에서 그 관계를 여러 크기로 바꾼다.
원래 열두 곡의 목록은 「Acrid Avid Jam Shred」에서 「Next Heap With」까지 이어진다. 제공판 제목에 붙은 1990·1993·1994라는 연도는 앨범 발매 연도와 구별해야 한다. 곡들이 모두 한 해에 만들어졌다는 인상과도 거리가 있다. 그러나 순서는 날짜대로 정리된 연대기가 아니다. 1994 표기 곡 사이에 더 이른 곡들이 들어오고, 마지막에는 1993 표기가 남는다. 서로 다른 시기의 재료를 한 번의 감상 흐름으로 다시 놓은 음반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일곱 분의 입구와 짧은 후반부
첫 곡은 약 7분 39초로 가장 길다. 뒤의 곡들은 모두 이보다 짧으므로, 시작의 큰 규모가 이후에도 계속 커지는 구조는 아니다. 아홉 번째 「Mookid」는 약 3분 51초로 가장 짧고, 다음 「Alberto Balsalm」은 다시 다섯 분대로 넓어진다. 비슷한 전자음의 질감을 가진 음악도 곡에 주어진 시간이 달라지면 다른 집중을 요구한다. 짧은 곡을 긴 곡 사이의 연결 통로로만 듣지 않으면 후반의 비례가 더 또렷해진다.
편곡이 드러내는 소리의 선택
「Icct Hedral」은 이후 필립 글래스의 관현악 편곡으로도 이어졌다. 리처드 제임스는 당시 Future Music 인터뷰에서 녹음 중 생기는 거친 부수음에도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특정 악기나 샘플의 출처를 알아맞히는 열쇠로 삼을 필요는 없다. 대신 음표의 배열뿐 아니라 소리의 표면도 음악의 일부라는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듣는 것은 약 6분 7초의 앨범 곡이며, 별도 EP에 실린 약 8분 5초의 글래스 편곡이 아니다.
익숙해지는 부분도 남겨 두기
다섯 번째 「Ventolin」에는 Video Edit라는 구분이 붙어 있다. 이 음반이 그 이름을 택했다는 사실과 다른 판본까지 모두 같은 곡 길이라는 주장은 별개다. 열 번째 「Alberto Balsalm」에 이르면 반복되는 선율을 기억하는 일이 음색의 낯섦을 견디는 일보다 앞설 수 있다. 그런 친근함도 이 음악의 중요한 성격이다. 마지막 두 곡까지 지나면 앨범은 한 종류의 강도를 유지하는 대신, 소리의 밀도와 길이를 계속 다르게 배치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한 곡의 충격만으로 전체를 설명하지 않을 여지가 넓다.
곡으로 읽는 앨범
Icct Hedral의 길게 이어지는 음형과 Alberto Balsalm의 기억에 남는 선율을 비교하며, 음색과 곡의 길이가 만드는 차이를 들어 보자.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반복되는 소리 하나를 골라 따라가 보세요. 다른 소리가 더해지거나 빠질 때 공간과 리듬의 느낌이 어떻게 바뀌는지 듣고, 긴 곡은 가능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보세요.
Icct Hedral
네 번째 곡의 제공판 제목은 Icct Hedral (Edit) [1994]이며 길이는 약 6분 7초다. 글래스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기보다 이 앨범 안의 위치에서 출발하면 좋다. 앞의 「Wax the Nip」과 뒤의 「Ventolin」 사이에 놓인 긴 곡으로, 반복되는 음형이 충분히 머물 공간을 갖는다. 이후 관현악 편곡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 녹음에 그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는 뜻이 아니다. 제임스가 별도 편곡을 의뢰했다는 직접 인터뷰와 EP의 구분을 함께 기억하면 두 버전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여기의 소리들이 겹치고 길어지는 방식을 따라간 다음 다른 편곡으로 이동하는 편이, 같은 제목 안에서 유지되는 생각과 달라지는 재료를 구별하기에 유용하다.
참고 자료 · Future Music October 1995: Richard James and Philip Glass interviews, archived with page imagesAlberto Balsalm
열 번째에 놓인 약 5분 11초의 곡이다. 앞의 「Mookid」보다 길지만 첫 곡만큼 크게 펼쳐지지는 않는다. 선율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작은 타격음과 리듬이 같은 자리를 어떻게 다르게 채우는지 들어 보자. 익숙해지는 중심과 자꾸 주의를 끄는 표면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정 생활용품의 이름이나 샘플 채집 이야기를 알아야 감상할 수 있는 곡은 아니다. 소리의 실제 출처를 단정하지 않아도, 반복 속에서 어떤 부분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어떤 부분은 앞으로 나오는지 비교할 수 있다. 이 곡 뒤에는 「Cow Cud Is a Twin」과 「Next Heap With」가 남는다. 친숙한 선율을 음반의 마지막 결론처럼 듣기보다 후반부의 한 장면으로 놓아 보자.
참고 자료 · Aphex Twin / Warp: original twelve-track programme and timings
이어서 들을 음반
오테커의 Incunabula로 이어 가면, 반복되는 전자음의 작은 차이가 긴 곡의 움직임을 만드는 또 다른 방식을 만난다.
Incunabula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 Aphex Twin / Warp: original twelve-track programme and timings · aphextwin.bandcamp.com
- Future Music October 1995: Richard James and Philip Glass interviews, archived with page images · lannerchronicle.wordpress.com
- Aphex Twin / Warp: Donkey Rhubarb and the separate Glass orchestration · aphextwin.bandcamp.com
- Qobuz / Warp: complete twelve-track licensed programme · www.qobu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