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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클래식 / 낭만 · 1963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카를 뵘 / 베를린 필

이 음반을 듣는 이유

호른의 선율이 큰 합주로 돌아오고, 걷는 리듬과 춤이 네 악장의 긴 시간을 서로 다르게 채우는 슈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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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작품과 이 연주

슈베르트의 교향곡 D944는 크게 시작하지 않아도 큰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처음의 호른 선율은 짧고 소박하지만, 1악장 끝에서는 관현악 전체의 무게를 얻어 돌아온다. 그 사이를 단순한 대기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긴 곡의 재미가 달라진다. 같은 생각이 어떤 악기로 옮겨 가고 얼마나 큰 힘으로 되돌아오는지가 사건이 된다. 카를 뵘과 베를린 필의 이 녹음에서는 네 악장에 약 51분이 펼쳐진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1963년 녹음한 다장조 교향곡 D944다. 번호는 판본에 따라 8번 또는 9번으로 나타나지만 같은 작품이며, 이 목록에서는 9번을 따른다. 작품은 1825–26년에 쓰였고, 생전 빈 음악협회에서 리허설로 시험한 기록이 있다. 따라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악보가 사후 처음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슈만이 작품을 알리는 데 힘썼고, 1839년 멘델스존이 라이프치히에서 공연했다는 역사를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서주가 끝에 남긴 약속

1악장의 느린 서주는 빠른 본론 전에 붙인 장식처럼 끝나지 않는다. 처음 호른이 내놓은 선율이 마지막 큰 종결부에 다시 나타나며 악장 전체를 묶는다. 중간의 움직임이 커질수록 그 짧은 시작을 기억한 보람도 커진다. 처음과 끝의 음량 차이만이 아니라 같은 선율을 어떤 악기들이 함께 말하는지 비교해 보자. 대규모 교향곡이라는 인상이 새로운 주제를 끝없이 늘어놓는 데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처음 들은 것을 다른 규모로 되찾는 경험도 길이를 만든다.

행진과 노래가 한 악장에

2악장에는 걷는 듯한 리듬과 길게 노래하는 선율이 함께 있다. 일정한 걸음이 있다고 해서 그 위의 감정까지 한 방향으로 고정되지는 않는다. 긴장이 커졌다가 갑자기 끊기는 순간은 같은 박동을 계속 따라오던 귀에 특히 크게 다가온다. 베를린 필의 작품 해설이 지적하는 이러한 대비는 이 곡을 그저 느린 휴식으로 듣지 않게 한다. 악장 제목의 ‘움직임을 가지고’라는 뜻처럼, 가라앉은 분위기 안에서도 앞으로 가는 힘과 멈춤이 서로를 드러낸다.

춤 뒤에도 운동은 이어진다

3악장은 스케르초와 노래하는 트리오의 대비를 갖고, 마지막 악장은 리듬의 추진력을 다시 크게 펼친다. 이 제공판에서 두 악장은 각각 약 11분 16초와 11분 25초다. 모두 길지만 같은 12분짜리 반복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춤의 구획과 피날레의 연속적인 운동을 나란히 놓으면 네 악장이 서로 다른 시간을 만든다는 점이 보인다. 뵘의 선택을 다른 녹음과 비교할 때도 무조건 느리다거나 빠르다는 평가보다, 어느 악장의 비중이 어떻게 들리는지부터 출발할 수 있다.

곡으로 읽는 앨범

1악장 처음의 호른 선율과 끝의 합주를 연결하고, 2악장에서 걸음 같은 리듬과 노래하는 부분이 어떻게 긴장을 나누는지 살펴보자.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먼저 작품의 흐름을 따라 듣고, 다시 들을 때는 선율의 호흡과 악기 사이의 균형에 집중해 보세요. 작품의 특징과 이 연주만의 선택을 나누어 들으면 비교가 더 쉬워집니다.

  1. I.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처음 호른들이 들려주는 선율을 기억하면 이 긴 악장을 따라갈 기준이 생긴다. 느린 부분은 단지 빠른 음악이 시작되기 전의 예고가 아니라 자체의 변화와 되돌아옴을 갖고 있다. 이후 움직임이 활발해진 뒤, 마지막 종결부에서 처음의 선율이 큰 관현악으로 돌아오는 순간에 출발점과 도착점이 연결된다. 악보의 구조를 설명하는 보스턴 심포니의 해설도 이 회귀를 강조한다. 이번 제공판의 길이는 약 14분 21초다. 다른 녹음과 시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템포나 반복 선택의 원인을 단정하지 않고, 먼저 서주와 본론이 하나의 악장을 이루는 방식을 따라가 보자. 시작을 여러 번 들어 익힌 뒤 끝으로 이어 가는 방법도 좋다. 호른의 소박한 모습이 마지막에 어떤 크기로 바뀌는지가 구체적인 비교점이 된다.

    참고 자료 · Boston Symphony Orchestra — D944 programme note by Jan Swafford
  2. II. Andante con moto

    일정하게 걸어가는 듯한 리듬이 긴 선율을 받치는 악장이다. 첫인상은 질서정연해도 곡 전체가 같은 표정으로 머무르지는 않는다. 노래하는 대목과 긴장이 응축되는 대목이 오가고, 강하게 쌓인 힘이 끊기는 순간에는 그전의 규칙적인 움직임이 다른 의미로 느껴진다. 베를린 필의 해설이 설명하는 행진 같은 시작과 노래의 대비를 실제 감상의 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 녹음의 제공판에서는 약 13분 51초가 걸린다. 느린 악장이니 편안한 휴식일 것이라는 예상보다, 계속 가려는 리듬이 어디서 흔들리고 다시 이어지는지 살펴보자. 선율만 따라가거나 박동만 세는 것보다 둘이 어긋나고 만나는 순간에 곡의 드라마가 드러난다. 끝난 뒤 첫 악장과 비교하면 같은 오케스트라가 시간을 조직하는 또 다른 방법이 보인다.

    참고 자료 · Berlin Philharmonic — D944 programme note by Susanne Stähr

이어서 들을 음반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60으로 이어 가면, 긴 형식 속 회귀와 중단이 관현악이 아닌 한 대의 피아노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 비교할 수 있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60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