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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½

영화음악 / 유럽 작가주의 · 1963

8½

니노 로타

이 음반을 듣는 이유

행진의 밝은 걸음과 오래된 춤곡의 그늘이 한 음반 안에서 서로를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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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영화 속 음악, 음악으로 듣는 영화

앞으로 걷게 만드는 선율인데, 그 명랑함에는 어딘가 뒤돌아보는 기색이 있다. 니노 로타의 《8½》에서는 행진곡 같은 걸음과 춤곡의 흔들림이 우스꽝스러움과 쓸쓸함을 함께 데려온다. 감정을 한 가지로 정리하기보다 같은 선율을 다른 표정으로 다시 듣게 만드는 음악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1963년 영화는 새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감독 귀도의 기억과 상상을 오간다. 로타의 음악도 장면을 차례로 설명하는 해설자에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춤의 형식이 갑자기 낯선 자리로 옮겨지는 듯한 감각이 영화의 현실과 환상 사이를 잇는다. 다만 여기서 듣는 열두 곡의 원반 구성은 영화에 쓰인 모든 음악을 순서대로 옮긴 것이 아니다. 음반 자체의 시작과 끝을 가진 별도의 감상 경로다.

친숙한 형식의 낯선 표정

왈츠의 흔들리는 세 박자, 서둘러 달리는 춤곡, 스윙의 느긋한 움직임처럼 서로 다른 걸음이 한자리에 모인다. 형식의 이름을 외우기보다 발을 어느 속도로 움직이고 싶어지는지 먼저 느껴 보자. 밝은 선율이 나올 때마다 즐거운 장면이라고 단정하지 않으면 더 많은 표정이 남는다. 짧게 끊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선의 차이가 같은 리듬에도 다른 무게를 준다. 웃음과 향수가 서로를 지우지 않고 나란히 있는 듯한 인상은 이 음반을 듣는 한 가지 방법이다.

화면 없이 따라가는 순서

「La Passerella di Otto e Mezzo」가 문을 열면 짧은 독립곡과 여러 대목을 묶은 긴 트랙이 번갈아 나타난다. 「Guido e Luisa Nostalgico Swing」처럼 제목부터 리듬의 성격을 드러내는 곡을 중간의 기준점으로 삼아도 좋다. 트랙 안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곧바로 다른 곡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특히 모음 형식의 항목은 여러 장면의 음악을 하나로 연결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맞히는 대신 가까운 소리와 멀어진 소리, 빨라진 걸음과 느긋한 걸음의 대비를 따라가 보자.

원반과 확장판의 차이

Quartet Records의 재발매 안내는 1963년 CAM의 약 40분짜리 LP와 이후의 완전판 스코어를 구별한다. 연결한 CAM 디지털판은 원반의 열두 항목 구성이며, 추가 음악과 대체 버전을 포함한 두 장짜리 확장판 전체를 뜻하지 않는다. 원반의 마지막 「La Passerella d’Addio」로 돌아오는 흐름은 화면 없이도 하나의 마침표를 만든다. 결말의 사건을 미리 알 필요는 없다. 처음 들었을 때의 밝음이 음반을 지나온 뒤 어떤 색으로 남는지 비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화 속 기능과 음반의 경험을 함께 인정할 때 이 음악의 유머도 슬픔도 더 오래 살아 있다.

곡으로 읽는 앨범

곡마다 걸음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첫 행진의 인상이 마지막에 어떻게 달라지는지 듣는다.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먼저 음악만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영화를 본 뒤에는 같은 선율이 장면마다 어떻게 달리 들리는지 비교해 보세요. 수록 순서는 영화의 장면 순서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La Passerella di Otto e Mezzo

    짧고 또렷한 선율이 발걸음을 정리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이 첫 트랙에서는 밝다는 판단을 서두르지 말고, 음을 짧게 끊는 부분과 다음 음을 향해 이어지는 부분을 나누어 들어 보자. 같은 행진의 움직임 안에서도 소리의 길이가 표정을 바꾼다. 원반의 첫 항목인 이 곡과 마지막 「La Passerella d’Addio」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별개의 트랙이다. 처음부터 긴 끝곡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짧은 입구가 어떤 기대를 만드는지 느끼면 좋다. 영화의 특정 인물이나 장면을 떠올리지 않아도, 함께 걷는 듯한 리듬과 개인적인 기억처럼 스치는 선율 사이에서 감상이 시작된다. 음반을 다 들은 뒤 이 곡을 다시 틀면 처음에는 단순한 명랑함으로 지나쳤던 기색이 다르게 남을 수 있다.

    참고 자료 · Apple Music: CAM twelve-track soundtrack
  2. Guido e Luisa Nostalgico Swing

    분주한 대목들 사이에서 걸음이 조금 느긋해지는 듯한 순간이다. 제목의 스윙은 박자가 완전히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가는 힘이 유연하게 흔들린다는 감각으로 받아들여 보자. 선율이 길게 이어지는 동안 뒤쪽의 규칙적인 움직임이 어떻게 자리를 지키는지 듣는 것이 좋다. 이 곡은 원반 여덟 번째 항목이며, 완전판에 따로 실린 영화 버전과 길이부터 다르다. 따라서 장면의 실제 시간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이 수록본 안에서 한 문장이 어디서 쉬고 다시 시작하는지 따라가자. 귀도와 루이사의 관계를 모두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표면에 남는 망설임을 감상의 단서로 삼을 수 있다. 향수라는 제목의 말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에게 어떤 거리감이 들리는지 확인해 보자.

    참고 자료 · Quartet Records / Gruppo Sugar: original album and complete score distinction

이어서 들을 음반

Lawrence of Arabia와 비교하며 넓은 풍경을 펼치는 선율과 기억 속을 돌아다니는 춤의 움직임이 각각 음반의 흐름을 어떻게 만드는지 듣는다.

Lawrence of Arabia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