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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Skin

영화음악 / 미니멀리즘과 현대음악 · 2014

Under the Skin

미카 레비

이 음반을 듣는 이유

기계처럼 오래 유지되는 음과 사람의 손에서 흔들리는 현을 겹쳐, 작은 선율이 낯설게 변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음악과 함께 읽기

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영화 속 음악, 음악으로 듣는 영화

《Under the Skin》에서 낯선 느낌은 큰 소리의 공격보다 음이 버티는 방식에서 생긴다. 현악기의 가느다란 움직임이 한곳에 모였다가 조금씩 어긋나고, 짧은 선율은 돌아올 때마다 같은 표정을 유지하지 않는다. 두 번째 「Lipstick to Void」의 긴 시간과 아홉 번째 「Love」의 넓은 울림을 비교하면, 재료가 많아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작은 음형과 지속음의 관계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음악은 유혹과 불안, 따뜻함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미카 레비가 조너선 글레이저의 영화를 위해 쓴 음악은 2014년 열두 곡의 음반으로 나왔다. 레비는 BFI 인터뷰에서 MIDI 현악과 실제 현악기, 플루트, 타악기를 섞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음반의 인공적인 질감은 모두 전자음이라는 뜻이 아니고, 현의 소리가 들린다고 모두 자연스러운 합주만 남긴 것도 아니다. 사람이 연주한 소리와 끝없이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된 소리가 함께 놓인다. 이 차이가 전체의 불편한 표면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다.

같은 선율이 다른 역할을 맡을 때

「Creation」이 음반의 입구를 열고 나면, 6분 41초의 「Lipstick to Void」가 초반의 규모를 크게 늘린다. 레비가 포획의 선율이라고 설명한 반복 주제는 처음의 끌어당기는 성격을 끝까지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같은 윤곽이 남아 있어도 주변 음의 두께와 지속 시간이 달라지면 그 기능이 달라진다. 이 곡의 긴 길이는 새로운 주제를 계속 소개하기보다, 이미 나온 작은 형태를 오래 바라보게 하는 장치로 들을 수 있다.

오래 머무는 곡과 짧은 통로

다섯 번째 「Drift」도 거의 7분에 이르지만, 그 뒤의 곡들은 서로 다른 크기로 이어진다. 「Bedroom」은 약 1분 30초이고 「Bothy」는 약 1분 22초다. 짧은 곡들이 긴 곡 사이에 놓이면서 열두 트랙은 같은 밀도로 이어지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지 않는다. 길게 머물던 음의 표면을 짧게 접고 다시 펼치는 움직임이 생긴다. 익숙한 박자나 가창이 앞에서 안내하지 않아도, 길이와 배치가 방향을 알려 주는 것이다.

따뜻함 뒤에도 남는 세 곡

「Love」의 지속되는 화음은 앞선 불안한 움직임과 다른 표면을 만든다. 그러나 이 곡은 아홉 번째이며 마지막이 아니다. 뒤에는 「Bothy」, 「Death」, 7분 20초의 「Alien Loop」가 남아 있다. 따뜻한 제목의 곡을 전체의 해결로 삼지 않고, 다시 다른 길이와 밀도를 거쳐 끝나는 순서다. 음반으로 들을 때 이 후속 구성이 중요하다. 영화의 장면을 하나씩 떠올리지 않아도, 소리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며 같은 재료를 새롭게 보이게 하는 변화 자체가 흐름을 만든다.

곡으로 읽는 앨범

두 번째 긴 주제곡과 아홉 번째 지속화음을 비교한 뒤, Love 뒤에 남은 세 곡의 배열까지 따라가 보자.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먼저 음악만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영화를 본 뒤에는 같은 선율이 장면마다 어떻게 달리 들리는지 비교해 보세요. 수록 순서는 영화의 장면 순서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Lipstick To Void

    두 번째 곡은 약 6분 41초로, 짧은 도입 뒤에 처음으로 긴 시간을 펼친다. 반복되는 작은 선율이 익숙해질수록 그 주변에 머무는 소리의 표면이 더 중요해진다. 무엇인가가 크게 새로 등장하지 않아도, 같은 형태가 얼마나 오래 남고 어떤 두께로 둘러싸이는지에 따라 느낌이 바뀐다. 레비가 설명한 포획의 주제를 생각하면 이 반복은 단순한 배경 무늬보다 끌어당기는 기능을 가진 재료다. 제목을 특정 장면의 줄거리로만 바꾸어 읽기보다, 짧은 음형을 긴 곡 안에 놓은 비율을 살펴보면 음반으로서의 구조가 드러난다. 첫 곡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는 뒤의 짧은 「Andrew Void」와도 대비되어, 같은 세계 안에서 시간의 크기를 달리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 길이 자체가 곡의 중요한 선택이다.

    참고 자료 · BFI direct Mica Levi interview: composition and sound palette
  2. Love

    약 5분 10초의 아홉 번째 곡은 음을 오래 유지하는 화음의 표면으로 주의를 옮긴다. 레비가 따뜻한 화음을 인간적인 감정과 연결해 설명한 점은, 앞선 주제의 끌어당김과 이 곡의 차이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그렇다고 음반이 여기에서 모두 편안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Bedroom」의 짧은 길이 뒤에 이 긴 펼침이 오고, 다음에는 다시 짧은 「Bothy」가 놓인다. 길게 남는 음이 주변 곡의 규모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전자음과 실제 연주가 섞인 음반이라는 배경을 떠올리면, 지속이 자연스러운 호흡처럼 느껴지는 순간과 비현실적으로 길어지는 순간의 차이에도 귀가 간다. 이어지는 세 곡까지 포함해서 보면 따뜻함은 마지막 해답보다 잠시 다른 표면을 보여 주는 위치가 된다.

    참고 자료 · BFI direct Mica Levi interview: composition and sound palette

이어서 들을 음반

Jonny Greenwood의 There Will Be Blood로 이어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편성이 영화음악의 질감을 바꾸는 다른 방식을 비교해 보자.

There Will Be Blood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