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OVE ARCHIVE
← 영화음악
Koyaanisqatsi

영화음악 / 미니멀리즘과 현대음악 · 1983

Koyaanisqatsi

필립 글래스

이 음반을 듣는 이유

낮은 독창과 빠르게 움직이는 반복, 긴 합주가 서로 다른 시간 감각을 만들며 대사 없는 영화의 음악을 독립된 음반으로 펼친다.

음악과 함께 읽기

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영화 속 음악, 음악으로 듣는 영화

《Koyaanisqatsi》의 첫 곡은 낮은 목소리와 넓게 움직이는 화음으로 시작하지만, 다섯 번째 「The Grid」는 약 십오 분에 걸쳐 훨씬 촘촘한 운동을 만든다. 두 곡 사이의 차이는 단순히 느림과 빠름의 대조만이 아니다. 짧은 음형이 계속 돌아올 때 무엇이 달라지고, 변화가 얼마나 오래 쌓여야 큰 장면으로 느껴지는지가 음악의 중심이 된다. 제목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서로 다른 규모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는 구성이다. 여섯 곡이라는 작은 숫자 안에 사십육 분이 넘는 시간이 담긴 이유도 이처럼 긴 호흡에 있다.

고드프리 레지오의 영화에 쓴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고른 1983년 Antilles 음반이다. 작곡과 영화 작업의 1982년을 음반 발매 연도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휘는 마이클 리스먼, 제작은 글래스와 커트 문카치가 맡았다. 영화 전체를 그대로 옮긴 기록보다 여섯 구간을 선택한 독립적인 프로그램이다. 글래스는 훗날 이 작품이 자신이 오래 다루던 건반·관악기·성악의 앙상블 양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전자적인 인상과 사람의 호흡은 서로 반대편에 놓인 요소라기보다 같은 편성 안에서 만난다.

독창에서 합창으로

첫 곡의 알베르트 더 라위터 독창에 이어 「Vessels」가 놓인다. 낮은 한 사람의 음색에서 여러 성부의 움직임으로 바뀌며, 목소리는 의미를 전달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반복을 조직하는 소리가 된다. 합창은 Western Wind Vocal Ensemble이 담당했다. 제목을 읊는 첫 장면과 복수의 선율이 얽히는 다음 장면은 같은 성악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상당히 다르다. 이 배치 덕분에 음반은 처음부터 한 가지 장엄한 표정에 머물지 않는다.

영상을 떠받치는 동등한 작업

레지오는 직접 인터뷰에서 글래스에게 무엇을 쓰라고 지시하기보다 반응할 영상 재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완성된 화면 뒤에 붙는 장식이라는 이해와 다른 관계다. 「Cloudscape」에서 「Pruit Igoe」로 넘어가는 중간부는 넓게 펼친 음에서 더욱 긴장된 움직임으로 방향을 바꾼다. 대사가 사건을 해설하지 않아도, 화음의 무게와 반복의 밀도는 흐름을 조직한다. 영화의 의미를 한 문장으로 대신하기보다 장면을 경험하는 시간에 직접 관여하는 음악이다.

원음반의 긴 중심과 회귀

「The Grid」는 이 여섯 곡 가운데 가장 길다. 긴 시간 동안 반복이 이어지지만 처음의 상태가 끝까지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층이 더해지고 악센트가 달라지면서 움직임이 커지는 방식이 중요하다. 뒤의 「Prophecies」는 약 팔 분으로, 음반을 처음의 어두운 성악적 세계와 연결하며 닫는다. 긴 두 구간이 후반을 차지하는 비중도 뚜렷하다. 짧은 주제들의 모음보다 큰 운동을 두 차례 경험하는 끝부분이며, 낮은 도입을 기억하고 있으면 마지막의 무게가 달리 느껴진다.

곡으로 읽는 앨범

제목곡의 낮은 독창과 The Grid의 길게 축적되는 합주를 이어서, 반복이 만드는 서로 다른 크기의 움직임을 비교하자.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먼저 음악만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영화를 본 뒤에는 같은 선율이 장면마다 어떻게 달리 들리는지 비교해 보세요. 수록 순서는 영화의 장면 순서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Koyaanisqatsi

    약 삼 분 삼십 초의 제목곡은 알베르트 더 라위터의 낮은 독창을 음반의 문으로 삼는다. 목소리는 빠르게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고, 길게 놓인 화음과 함께 제목의 무게를 만든다. 짧은 반복이 곧바로 속도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도 여기서 드러난다. 같은 움직임이 돌아오는 동안 소리의 깊이와 지속이 먼저 느껴지고, 뒤의 곡들이 펼칠 분주한 표면과 거리를 둔다. 공식 원음반 크레디트의 독창자를 확인하면, 이 소리를 막연한 합창 전체의 효과로만 이해하지 않게 된다. 이어지는 Vessels의 여러 성부와 연결될 때 한 사람의 낮은 음색이 차지한 자리가 더 선명해진다. 제목을 번역한 한 문구만으로 음악을 설명하기보다, 이 느린 입구가 후반의 큰 운동을 준비하는 위치라는 점이 중요하다. 마지막 곡을 지나 돌아오면 처음의 어둠도 새로운 무게를 갖는다.

    참고 자료 · Philip Glass: original 1983 Antilles six-track album and personnel
  2. The Grid

    원음반 다섯 번째 곡의 길이는 약 십사 분 오십육 초다. 넓은 구간에서 반복되는 음형들이 서로 다른 층을 만들고, 같은 재료가 이어지는 동안 전체의 밀도는 달라진다. 빠른 음이 많다는 사실보다 작은 단위가 모여 큰 운동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이 곡의 핵심이다. 앞의 Pruit Igoe를 지나 가장 긴 중심에 도착하고, 뒤의 Prophecies로 이동하는 순서가 이 규모를 더욱 크게 만든다. 이 페이지의 곡은 원6곡 음반에 실린 길이이며, 후대 여덟 곡 판본의 약 이십일 분짜리 동명곡과 구분된다. 짧은 주제를 금방 바꿔 가는 방식에 익숙한 귀에는 같은 패턴이 오래 남는 일이 먼저 눈에 띌 수 있다. 그러나 반복은 정지라기보다 서로 다른 층의 위치와 힘을 드러내는 기준이 된다. 큰 변화가 생기는 순간만큼 그 전까지 쌓인 시간이 중요한 곡이다.

    참고 자료 · Philip Glass: original 1983 Antilles six-track album and personnel

이어서 들을 음반

다프트 펑크의 Tron: Legacy로 이어서, 전자적 반복과 큰 합주를 결합하는 영화음악의 다른 시대와 형식을 비교하자.

Tron: Legacy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